Horror
2026년 1월 14일 · 9 min read

무제

저는 도쿄에서 2주간 머물렀던 후,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아파트로 들어가자, 평소와 같은 냄새가 코를 스쳤어요. 냉장고 냄새, 창가에 놓인 텅빈 화분의 먼지 냄새. 안도감이 쏟아졌습니다. 집이니까.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집에 들어서는 첫 번째로 냉장고 문을 닫았습니다. 그때, 벽에 걸린 시계가 12:03을 가리키고 있었어요. 아침에 집을 나설 때는 11:58이었어요. 5분이 지났는데도, 아무도 없었죠. 그냥 시계가 좀 빨라졌나 봐요.

그날 밤, 잠을 자려고 했어요.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켰습니다. 갑자기 냉장고에서 소리가 났어요. 딸깍. 냉장고 문이 닫힌 소리가 아니었어요. 마치 누군가가 문을 잠그는 소리였어요. 방 안은 어두웠지만, 냉장고의 빨간 불빛이 어둠을 흔들었어요.

다음 날 아침, 주방에서 커피를 끓이고 있었어요. 창가로 내려다보니, 지하철역이 보였어요. 그런데 그곳에 서 있는 사람이 있었어요. 누군가가 지하철역 계단 아래에서 뒤돌아보는 게 보였어요. 그 사람의 얼굴은 분명했어요. 내가 도쿄에서 봤던 그 카페의 여자였어요. 눈이 커다랗고, 흰 옷을 입고 있었어요. 도쿄에서 그녀가 저에게 말한 것처럼, "네 집 문을 열어라"라고 말했어요. 그녀는 도쿄의 카페에서 "나폴리의 도시 괴담"을 이야기했죠. "집 문이 자동으로 열리면, 네가 떠나면 안 된다"고 말했어요.

그날부터 모든 게 달라졌어요. 아파트의 냉장고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혔어요. 창문이 열렸다가 닫혔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침대 위에 작은 흰 꽃이 놓여 있었어요. 꽃은 도쿄에서 본 그 꽃이었어요. 그 꽃을 보고 나서, 냉장고 문을 닫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문이 열렸어요. 손이 빠르게 닫혔어요.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어요. 딸깍.

이틀 뒤, 저는 아파트에서 나가려 했어요. 문을 열려고 했어요. 그런데 문이 뚫려 있던 걸 깨달았어요. 아파트의 문이 빠르게 닫혔어요. 딸깍. 문이 잠긴 소리가 났어요. 저를 잠그고 있어요. 저는 손으로 문을 잡았어요. 문이 열리지 않았어요. 냉장고의 빨간 불빛이 어둠을 흔들었어요. 창문을 보니, 그 여자가 거기 서 있었어요. 지하철역 계단 아래에서, 똑바로 저를 보고 있었어요.

저는 냉장고 문을 잡고, 뒤로 물러서려 했어요. 그런데 냉장고의 문이 열렸어요. 그녀가 들어오는 게 보였어요. 흰 옷이 흔들렸어요. 저는 뒤로 물러서며 소리쳤어요. "도대체 뭔가요?" 그런데 그녀는 말을 하지 않았어요. 그녀의 눈이 커졌어요. 빨간 불빛이 그녀의 눈을 비췄어요.

그날 밤, 저는 잠을 못 자고, 방 안의 모든 것을 바라보았어요. 냉장고, 창문, 문. 그 모든 것이 제게 뭔가를 말하는 것 같았어요. 문이 열릴 때마다, 냉장고가 소리를 냈어요. 딸깍. 그 소리가 제 뇌속에 울려 퍼졌어요. 그 소리가 제 삶을 흔들었어요. 도쿄에서 들은 괴담이 진짜였어요. 제 집이 제 집이 아닌 곳이었어요.

아침이 되자, 저는 문을 보았어요. 문이 열려 있었어요. 저는 문 밖을 보았어요. 지하철역 계단 아래에서, 그 여자가 서 있었어요. 그녀의 눈이 커다랗고, 흰 옷이 흔들렸어요. 저는 문을 닫으려고 했어요. 그러나 문이 열렸어요. 딸깍.

그 소리가 들렸어요. 오늘도.
그리고 오늘도, 문이 열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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