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중 전화
새벽 세 시,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배터리가 방전되어 완전히 꺼진 상태였다. 충전기를 꽂고 부팅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창문 너머로 희미하게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들었다. 누군가의 TV 소리려니 했다.
화면이 켜졌다. 알림이 쏟아졌다.
부재중 전화 37통.
모두 내 번호에서 걸려온 것이었다.
처음엔 착오라고 생각했다. 시스템 오류. 통신사 문제. 하지만 통화 기록을 자세히 보니 이상했다. 각 통화는 정확히 3분 7초 동안 지속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통화는 5분 전, 휴대폰이 꺼져 있는 동안에 걸려온 것이었다.
꺼진 전화기에서 어떻게 전화를 걸 수 있지?
손가락이 떨렸다. 나는 통화 기록 중 하나를 눌러 재발신을 시도했다. 연결음이 울렸다. 한 번, 두 번.
"여보세요?"
내 목소리였다.
정확히 내 목소리였다. 억양도, 숨소리도, 말끝을 올리는 버릇까지 똑같았다.
"누구세요?" 나는 물었다.
"누구긴, 너잖아."
상대는 웃었다. 내가 웃는 방식 그대로. 그 웃음소리는 창문 밖에서도 동시에 들려왔다. 나는 창문 쪽을 돌아봤다. 커튼 너머로 희미한 실루엣이 보였다. 누군가 창문 바로 앞에 서 있었다.
4층인데.
"왜 전화했어?"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너한테 알려주려고. 곧 전화 올 거야."
"무슨 전화?"
"너한테서."
통화가 끊겼다.
나는 창문으로 다가갔다. 커튼을 젖히는 순간,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4층 높이의 창문 밖은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유리에는 손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안쪽을 향해 찍힌, 마치 누군가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다 유리를 짚은 것 같은 손자국.
휴대폰이 울렸다.
내 번호였다.
받지 않았다. 부재중으로 넘어갈 때까지 기다렸다. 3분 7초 후 통화가 끊겼다. 곧바로 다시 걸려왔다. 나는 또 받지 않았다. 같은 패턴이 반복되었다.
네 번째 전화가 왔을 때, 나는 받았다.
"왜 안 받았어?" 내 목소리가 물었다. 이번엔 약간 짜증이 섞여 있었다.
"너 누구야?"
"너야. 왜 자꾸 물어?"
"증명해봐."
상대는 웃었다. "네가 여덟 살 때 할머니 장례식장에서 혼자 숨바꼭질 했던 거 기억나? 관 뒤에 숨었었지. 아무도 몰라."
심장이 내려앉았다. 그건 아무에게도 말한 적 없는 기억이었다.
"어떻게..."
"내가 너니까. 그리고 너도 곧 알게 될 거야."
"뭘?"
"어떻게 전화하는지."
통화가 끊겼다.
나는 현관문을 확인했다. 잠겨 있었다. 창문도 모두 잠겨 있었다. 하지만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휴대폰 화면을 봤다. 새로운 알림이 떠 있었다.
"사진 37장이 공유되었습니다."
갤러리를 열었다. 모두 내가 찍지 않은 사진들이었다. 내 아파트 안을 찍은 사진들. 침대에서 자고 있는 나, 샤워실 문 앞에 서 있는 나, 거울을 보고 있는 나. 모든 사진의 각도가 이상했다. 천장에서 내려다본 것 같기도 하고, 벽 속에서 찍은 것 같기도 했다.
마지막 사진은 방금 전 찍힌 것이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내 뒷모습. 사진을 찍은 위치는 내 바로 뒤였다.
나는 뒤를 돌아봤다. 아무도 없었다.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이번엔 영상통화였다. 내 번호에서.
손가락이 떨렸지만, 나는 받았다.
화면에 내 얼굴이 나타났다. 정확히 지금의 나. 같은 옷, 같은 헤어스타일, 같은 표정. 하지만 배경이 달랐다. 상대는 어두운 공간에 있었다. 벽도 천장도 보이지 않는, 그저 어둠만 있는 곳.
"이제 알겠어?" 화면 속의 내가 물었다.
"뭘?"
"넌 이미 여기 있어. 전화 받는 순간부터."
"무슨 소리야?"
화면 속의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카메라가 움직이며 주변을 비췄다. 어둠 속에 무언가 보였다. 수십 개의 휴대폰 화면. 모두 같은 영상통화를 하고 있었다. 각 화면마다 나와 똑같은 사람이 있었다. 어떤 이는 울고 있었고, 어떤 이는 소리치고 있었고, 어떤 이는 그저 멍하니 화면을 보고 있었다.
"여긴 부재중 전화가 가는 곳이야." 화면 속의 내가 말했다. "받지 않은 전화들이 모이는 곳. 그리고 넌 네 전화를 받았으니까, 이제 여기서 전화를 거는 사람이 되는 거야."
"말도 안 돼..."
"창문 밖에서 웃었던 거 기억나? 그게 바로 너였어. 여기 온 후의 너. 시간은 여기서 다르게 흘러. 넌 이미 여기 와 있어. 그리고 동시에 아직 거기 있고."
화면이 흔들렸다. 카메라가 다시 움직이며 무언가를 비췄다. 내 아파트 창문이었다. 안쪽에서 본 창문. 유리 너머로 내가 보였다. 휴대폰을 들고 영상통화를 하고 있는 내가.
나는 창문을 봤다. 커튼 너머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다. 휴대폰 화면의 빛. 누군가 밖에서 휴대폰을 들고 나를 찍고 있었다.
"이제 네 차례야." 화면 속의 내가 말했다. "전화를 걸어. 네 번호로. 37번."
"싫어."
"안 걸면 못 나가. 여기선 모두가 전화를 걸어. 자기 자신에게. 그게 유일한 방법이야."
"뭘 위한 방법?"
"다음 사람을 부르는 방법."
통화가 끊겼다.
나는 휴대폰을 바닥에 내던졌다. 하지만 화면은 여전히 켜져 있었다. 스스로 통화 화면이 떴다. 내 번호가 입력되어 있었다. 발신 버튼이 깜박였다.
창문 밖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내 웃음소리. 여러 명이 동시에 웃는 것 같았다. 나는 귀를 막았지만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휴대폰 스피커에서도, 벽 속에서도, 천장에서도 들려왔다.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였다.
발신 버튼을 눌렀다.
연결음이 울렸다. 한 번, 두 번.
"여보세요?"
내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이번엔 내가 말한 게 아니었다.
오늘도 나는 전화를 건다. 내 번호로. 3분 7초 동안. 하루에 37번.
때때로 누군가 받는다. 그럼 나는 말한다. 내가 들었던 그 말들을. 창문 밖에서 웃으며.
어제는 새로운 사람이 받았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누구세요?" 그가 물었다.
나는 웃었다. 내가 웃는 방식 그대로.
"누구긴, 너잖아."
그리고 오늘도, 내 휴대폰에는 부재중 전화가 쌓여간다. 모두 내 번호에서. 받을 수 없는 전화들.
받는 순간, 나는 또 다른 곳에서 전화를 걸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