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렬
1
아침마다 신발을 신을 때, 나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현관에 놓인 신발들이 어제보다 조금 더 문 쪽으로 가까이 있는 것 같았다. 처음엔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올 때 피곤해서 아무렇게나 벗어두니까, 위치가 제각각인 게 당연했다. 하지만 아침이 되면 신발들은 언제나 일렬로, 출입문을 향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나는 혼자 사는 사람이다.
처음 이 사실을 의식한 건 지난주 화요일이었다. 전날 밤, 나는 현관에 신발을 비스듬히 벗어두었다. 왼쪽 운동화는 신발장 쪽을 향하고, 오른쪽은 거실 쪽을 향하게. 확실히 기억한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두 짝 모두 정확히 문을 향해 나란히 놓여 있었다.
"내가 자다가 정리한 건가?"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지만, 다른 설명이 없었다. 나는 그날 밤, 신발을 일부러 현관 한가운데 아무렇게나 던져두었다. 슬리퍼는 뒤집어서, 구두는 서로 멀리 떨어뜨려서.
다음날 아침.
모든 신발이 문 앞에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었다. 발끝은 정확히 문을 향하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자를 대고 재듯 일정한 간격으로.
심장이 빨리 뛰었다. 나는 집 안을 한 바퀴 돌았다. 창문은 모두 잠겨 있었고, 현관문 잠금장치도 이상 없었다. CCTV가 없는 게 후회됐다. 아니, 애초에 이 좁은 원룸에 누가 몰래 들어와서 신발만 정리하고 나간다는 게 말이 되나.
"그냥... 내가 자다 일어나서 한 거겠지."
스스로를 설득하려 애썼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신발들은 매일 아침 조금씩 문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2
목요일 아침, 나는 자로 거리를 재봤다.
문에서 신발까지의 거리: 37센티미터.
어제는 분명 50센티미터쯤 떨어져 있었다. 내가 벗어둔 위치는 현관 매트 중앙, 문에서 최소 80센티미터는 떨어진 곳이었다.
"13센티미터..."
하룻밤 사이에 신발들이 13센티미터를 이동했다.
금요일 아침: 23센티미터.
토요일 아침: 11센티미터.
일요일 아침: 5센티미터.
나는 매일 밤 신발을 현관 안쪽 끝에 놓기 시작했다. 최대한 문에서 멀리. 하지만 아침이 되면 신발들은 어김없이 문 쪽으로 이동해 있었다. 그것도 점점 더 가까이.
월요일 아침, 신발 끝이 문틀에 닿아 있었다.
나는 회사에 가지 않았다. 연차를 냈다. 이 상황을 해결해야 했다. 아니, 최소한 이해라도 해야 했다.
낮 동안 나는 현관만 지켜봤다. 카메라가 없으니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수밖에.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신발은 그대로였다. 오후 내내, 저녁 내내, 신발은 움직이지 않았다.
"밤에만 움직이나?"
밤 11시, 나는 신발을 다시 현관 끝으로 옮겼다. 그리고 거실 소파에 앉아 현관을 주시했다. 불을 다 끄고, 핸드폰 불빛만으로 신발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자정이 지났다.
새벽 1시.
2시.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나는 커피를 마시며 버텼다.
새벽 3시 17분.
나는 순간적으로 눈을 감았다. 정확히 몇 초였는지 모르겠다. 눈을 떴을 때, 신발이 2센티미터쯤 문 쪽으로 가까워져 있었다.
"뭐야..."
나는 벌떡 일어났다. 현관으로 달려갔다. 신발을 집어 들었다. 아무 이상 없는, 평범한 내 운동화였다. 바닥을 살폈다. 긁힌 자국도, 이상한 흔적도 없었다.
다시 소파로 돌아와 앉았다. 이번엔 절대 눈을 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새벽 4시 32분.
눈을 깜빡이는 순간, 신발이 또 움직였다. 이번엔 3센티미터.
"이런 미친..."
나는 소리쳤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소리를 질렀다.
신발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문을 향해 가지런히 놓여 있을 뿐이었다.
3
화요일, 나는 신발을 모두 신발장에 넣고 문을 잠갔다.
현관에는 슬리퍼 한 켤레만 남겼다. 그것도 뒤집어서, 신발장 쪽을 향하게 해서.
수요일 아침.
슬리퍼는 문 앞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신발장 문은 열려 있었고, 안에 있던 모든 신발이 현관 바닥에 일렬로 정렬되어 있었다. 운동화, 구두, 샌들, 등산화. 모두 문을 향해.
신발장 문은 분명 잠갔었다. 열쇠도 거실 서랍에 넣어뒀었다.
나는 서랍을 확인했다. 열쇠는 그대로 있었다.
"어떻게..."
손이 떨렸다. 이건 내가 자다가 한 게 아니었다. 신발장은 열쇠 없이 열 수 없다. 내가 자면서 열쇠를 꺼내 신발장을 열고, 신발을 모두 꺼내 정렬하고, 다시 열쇠를 서랍에 넣었다?
말이 안 됐다.
나는 관리실에 전화했다.
"혹시 CCTV에 우리 집 현관 복도가 찍히나요?"
"네, 복도 CCTV는 있습니다. 무슨 일이세요?"
"확인 좀 해주실 수 있나요? 지난 며칠간 밤에 우리 집 문 앞에 누가 왔는지..."
"잠시만요."
10분 후, 관리실 아저씨가 전화를 다시 걸어왔다.
"확인해봤는데요, 아무도 안 왔어요. 지난 일주일 내내 밤에는 복도에 사람 한 명 안 지나갔습니다."
"...그럴 리가요. 다시 한번만..."
"제가 3일치 다 돌려봤는데, 정말 아무도 없어요. 혹시 무슨 일 있으세요?"
"아... 아닙니다. 착각인 것 같네요."
전화를 끊었다.
누군가 집에 들어온 게 아니라면, 신발들이 스스로 움직인다는 건가?
그날 밤, 나는 신발을 모두 베란다에 내놨다. 현관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맨발로 출근하는 한이 있어도, 이 이상한 현상을 멈춰야 했다.
목요일 아침.
현관에 신발이 없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문을 열려는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문 밖에서 뭔가 기척이 느껴졌다. 문틀 아래 틈으로 그림자가 보였다.
나는 천천히 현관문을 열었다.
복도에 내 신발들이 일렬로 놓여 있었다.
베란다에 두었던 그 신발들이.
모두 문 밖을 향해, 복도 끝 계단 쪽을 향해 정렬되어 있었다.
4
나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금요일 아침, 나는 신발을 모두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렸다. 아파트 단지 쓰레기장에 직접 가져다 버렸다. 그리고 퇴근길에 새 신발을 샀다. 완전히 새로운 신발. 이전 신발들과는 전혀 다른 디자인, 다른 브랜드.
"이제 괜찮을 거야."
스스로에게 말했다.
토요일 아침.
새 신발이 문 앞에 놓여 있었다. 어젯밤 신발장에 넣어뒀던 그 신발이. 발끝은 정확히 문을 향하고 있었다.
나는 신발장을 확인했다. 비어 있었다.
"이건... 이건 말이 안 돼..."
손이 떨렸다. 새 신발인데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건 신발 자체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 집의 문제였다.
아니, 나의 문제였다.
일요일, 나는 부동산에 전화했다.
"이사 가고 싶은데요, 계약 해지 가능한가요?"
"지금 6개월 남았는데... 위약금이 꽤 나올 텐데요?"
"상관없어요. 빨리 나가고 싶어요."
"무슨 일 있으세요? 집에 문제라도?"
"...아뇨. 그냥 개인 사정이요."
전화를 끊고, 나는 이사 준비를 시작했다. 다음 주 안에 나갈 수 있는 곳을 알아봤다. 보증금 일부를 포기하더라도 상관없었다. 여기서 하루라도 빨리 나가야 했다.
그날 밤, 나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현관 쪽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스윽.
뭔가 바닥을 미끄러지는 소리.
나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듣지 않으려 했다.
스윽. 스윽.
소리는 계속됐다. 규칙적으로, 천천히.
새벽 3시, 나는 결국 현관을 확인하러 갔다.
모든 신발이 문 바로 앞에 모여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5센티미터쯤 떨어져 있었는데, 이제는 문틀에 완전히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신발들이 문 쪽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었다.
신발들이 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5
월요일 아침, 나는 출근하지 않았다.
회사에 사직서를 이메일로 보냈다. 이사도 취소했다.
더 이상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았으니까.
어젯밤, 나는 신발 없이 잠들기로 했다. 모든 신발을 집 밖 복도에 내놨다. 문을 잠그고, 체인까지 걸었다.
하지만 새벽에 눈을 떴을 때, 현관에 신발이 있었다.
내 발에 신겨진 채로.
나는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양말 위에 운동화가 신겨져 있었다. 끈까지 제대로 묶여 있었다.
나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울지도 않았다. 그저 운동화를 내려다봤다.
"나보고 나가라는 거야?"
신발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천천히 일어났다. 현관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었다.
복도에 놓아뒀던 다른 신발들이 모두 사라져 있었다. 계단 쪽으로 이어지는 복도를 따라, 희미한 발자국 같은 게 보였다. 아니, 발자국이 아니라 신발 자국이었다. 사람 없이, 신발만 걸어간 것 같은.
나는 그 자국을 따라 걸었다.
계단을 내려갔다. 1층 로비를 지나, 현관문을 열었다.
아파트 단지 입구까지 자국이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멈춰 있었다.
내 신발들이 입구 밖을, 도로를 향해 일렬로 놓여 있었다.
"왜..."
나는 중얼거렸다.
"왜 나가려고 하는 거야?"
바람이 불었다. 신발 중 하나가 바람에 살짝 기울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마치 스스로 균형을 잡은 것처럼.
나는 그 자리에 한참 서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신발이 나가려는 게 아니라, 나를 내보내려는 거라는 걸.
이 집에서. 이 아파트에서. 이 동네에서.
어쩌면 이 삶에서.
6
화요일 밤, 나는 더 이상 신발을 치우지 않았다.
문 앞에 그대로 두었다. 신발들이 원하는 대로.
수요일 아침, 신발들은 여전히 문 앞에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배치가 달랐다.
한 켤레만 문 바로 앞에 있고, 나머지는 그 뒤에 줄지어 있었다.
마치 순서를 기다리는 것처럼.
나는 맨 앞 신발을 신었다. 운동화였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출근하는 것처럼, 평범하게.
하지만 지하철역으로 가는 대신, 나는 계속 걸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그냥 걸었다.
발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두 시간쯤 걸었을까. 나는 낯선 동네에 와 있었다. 본 적 없는 건물들, 모르는 골목길.
그리고 어느 순간, 발이 멈췄다.
한 건물 앞이었다. 오래된 빌라 같았다.
현관문이 열려 있었다.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1층 복도를 지나, 계단을 올랐다. 3층에서 멈췄다.
복도 끝 방 앞에 신발 한 켤레가 놓여 있었다.
내 신발이었다. 오늘 아침 신발장에 두고 온 구두.
"어떻게..."
문이 열려 있었다. 나는 안을 들여다봤다.
텅 빈 방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완전히 빈 원룸.
그리고 방 한가운데, 내 신발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버린 신발들까지. 쓰레기장에 버렸던 그 신발들까지.
모두 원을 그리며 놓여 있었다. 원의 중심은 비어 있었다.
나는 그 빈 공간을 바라봤다.
"여기에 서라는 거야?"
대답은 없었다.
나는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갔다. 신발들 사이를 지나, 원의 중심에 섰다.
그 순간, 모든 신발이 일제히 나를 향해 돌아섰다.
발끝이 모두 나를 향하고 있었다.
나는 숨을 멈췄다.
그리고 이해했다.
신발들이 나가려던 게 아니었다.
나를 여기로 데려오려던 거였다.
이 빈 방으로.
아무도 모르는 이곳으로.
7
나는 그 방에서 나왔다.
뛰쳐나왔다. 계단을 내려가 밖으로 나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계속 뒤를 돌아봤다. 누가 따라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이었다.
현관문을 열었다.
신발이 없었다. 아침에 두고 간 신발들이 모두 사라져 있었다.
"그래... 다 가져갔으니까..."
나는 안도했다. 이제 끝난 거라고 생각했다.
맨발로 집 안에 들어갔다. 샤워를 하고, 밥을 먹고, TV를 켰다.
밤 11시, 나는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잠들기 직전, 현관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똑. 똑. 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뭔가 문 앞에 놓이는 소리였다.
나는 일어나지 않았다. 확인하지 않았다.
알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침이 되면 알게 될 거라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목요일 아침.
현관에 신발이 있었다.
새 신발이었다. 내가 산 적 없는 신발.
내 사이즈였다.
문을 향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나는 그 신발을 보며 깨달았다.
이건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신발을 버려도, 이사를 가도, 도망쳐도.
신발은 계속 나타날 것이다.
나를 어딘가로 데려가려고.
그 빈 방으로.
아니면 다른 어딘가로.
나는 회사에 복직 요청 메일을 보냈다. 사직서를 취소해달라고.
그리고 새 신발을 신었다.
출근했다.
평범하게,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하지만 걸을 때마다, 발이 이상한 곳으로 향하려는 걸 느꼈다.
지하철역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낯선 골목으로.
나는 의식적으로 발을 제어했다. 올바른 방향으로 걷도록.
하지만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신발이 나를 끌고 가려는 힘이 강해지고 있다.
금요일, 나는 회사에서 세 번이나 길을 잃었다. 화장실 가려다 다른 층으로 갔고, 회의실 가려다 비상계단에 서 있었고, 퇴근하려다 옥상 문 앞에 와 있었다.
모두 발이 저절로 움직인 것이었다.
토요일 아침,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일어나면 또 어디론가 걸어가게 될 것 같아서.
하지만 오후 2시쯤, 나는 현관에 서 있었다.
기억이 없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신발을 신고 있었다. 문을 열려는 손이 문고리를 잡고 있었다.
나는 손을 떼었다. 신발을 벗었다. 다시 침대로 돌아갔다.
일요일 아침, 나는 집 밖에 있었다.
그 빌라 앞에.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모른다. 자면서 걸어온 건가?
건물 현관문이 열려 있었다.
3층 복도 끝 방 문도 열려 있었다.
방 안, 원의 중심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돌아섰다. 뛰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제 안다.
언젠가 나는 그 방으로 갈 것이다.
걷고 싶지 않아도, 신발이 나를 데려갈 것이다.
그리고 그때, 원의 중심에 섰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나는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8
월요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내 발을 내려다봤다.
새 신발이 신겨져 있었다.
오늘 아침 분명 다른 신발을 신었는데.
언제 바뀐 거지?
회사에 도착했을 때, 동료가 물었다.
"왜 그렇게 멀리 돌아서 왔어요? GPS 보니까 이상한 경로로 온 것 같던데."
"...GPS?"
"어제 위치공유 앱 같이 깔았잖아요. 회식 때."
나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내 이동경로가 지도에 표시되어 있었다.
집에서 회사까지 직선거리로 30분인데, 나는 2시간 동안 이상한 길로 돌아서 온 것이었다.
그 빌라 쪽으로.
"기억 안 나요?"
동료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아뇨. 그냥 산책하면서 온 것 같아요."
거짓말이었다. 나는 기억하지 못했다.
점심시간, 나는 병원에 갔다. 신경과.
"최근에 기억이 자주 끊기세요?"
"네... 그리고 제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움직이는 것 같아요."
"MRI 찍어보시죠."
검사 결과는 이상 없었다.
"신체적으론 문제없습니다. 스트레스나 수면장애 때문일 수도 있어요."
의사는 수면제를 처방해줬다.
그날 밤, 나는 수면제를 먹고 잤다.
화요일 아침.
나는 그 빌라 3층 복도에서 깨어났다.
그 방 문 앞에 앉아 있었다.
신발은 방 안, 원의 중심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비어 있는 신발.
마치 주인이 그 안에 있다가 사라진 것처럼.
아니.
마치 주인이 곧 돌아올 것처럼.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계단을 내려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발이 자꾸 멈췄다. 다시 돌아가려고 했다.
나는 발을 질질 끌며 걸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 현관에 신발이 가득했다.
어제까지 없던 신발들이 복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모두 문을 향해 있었다.
아니, 나를 향해 있었다.
나는 신발들을 밟으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모든 창문을 잠갔다. 문에 가구를 들이댔다.
"안 나갈 거야. 절대 안 나가."
하지만 그날 밤.
나는 또 그 방에 있었다.
원의 중심에 서 있었다.
9
수요일.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왜 안 나와요? 무단결근 3일째예요."
"...3일이요?"
"네. 월요일부터 안 나왔잖아요."
오늘이 수요일이라고?
나는 달력을 확인했다. 맞다. 수요일이었다.
월요일과 화요일의 기억이 없었다.
아니, 있었다. 그 방에 있었던 기억.
그것만.
"죄송해요. 몸이 안 좋아서..."
"진단서 제출하세요. 아니면 해고 수순 밟아야 해요."
전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