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시
1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게 거실 벽에 걸린 가족사진이다. 작년 추석에 찍은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 형, 그리고 나. 네 명이 나란히 서서 웃고 있는 사진. 액자는 어머니가 고른 것으로, 진한 갈색 나무 프레임에 유리가 깨끗하게 닦여 있었다.
나는 매일 그 사진을 본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올 때마다, 신발을 벗으며 자연스럽게 시선이 그쪽으로 향한다. 익숙한 풍경이다. 변하지 않는 것.
그런데 오늘, 뭔가 이상했다.
사진 속 어머니의 표정이 조금 달라 보였다. 원래 어머니는 환하게 웃고 계셨는데, 오늘은 미소가 좀 작아 보였다. 입꼬리가 덜 올라간 것 같았다. 나는 액자 앞에 서서 한참 들여다봤다. 조명 때문일까. 거실 전등이 어제보다 어둡게 느껴지는 건 아닐까.
"피곤해서 그런가."
나는 중얼거리며 부엌으로 향했다.
2
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퇴근 후 집에 들어서자마자 사진을 봤다. 이번엔 아버지였다. 아버지의 미소가 어제보다 더 작아진 것 같았다. 아니, 작아진 게 아니라 아예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무표정에 가까웠다.
나는 액자에 바짝 다가갔다. 유리에 내 얼굴이 비쳤다. 사진 속 아버지는 분명 웃고 계셨다. 내 기억이 확실하다. 사진을 찍을 때 사진사가 "하나, 둘, 셋" 하고 세면서 우리 모두에게 환하게 웃으라고 했다. 아버지도 웃으셨다.
그런데 지금 사진 속 아버지는 웃고 있지 않았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검색했다. 작년 추석 때 찍은 원본 사진. 클라우드에 저장돼 있을 거다. 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비슷한 시기에 찍은 다른 사진들만 잔뜩 나왔다. 이상했다. 분명 업로드했는데.
"착각인가."
나는 다시 액자를 쳐다봤다. 아버지는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3
사흘째 되는 날, 형이 달라졌다. 형은 원래 사진 찍을 때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짓곤 했다. 이 사진에서도 살짝 웃으면서 한쪽 눈썹을 치켜올린 채 찍혔다. 그게 형의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오늘 사진 속 형은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눈썹도 평평했고, 입도 일직선이었다. 장난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증명사진을 찍듯, 딱딱하게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손이 떨렸다. 이건 분명 이상한 일이다. 사진이 변할 리 없다. 사진은 고정된 순간이다. 찍힌 그 순간 그대로 남아 있어야 한다.
나는 액자를 벽에서 떼어냈다. 뒷면을 확인했다. 아무 이상 없었다. 다시 앞면을 봤다. 형은 여전히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나를 쳐다보는 게 맞나. 사진 속 인물이 어떻게 나를 쳐다볼 수 있지.
나는 액자를 도로 벽에 걸었다. 손이 계속 떨렸다.
4
나는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은 서울에 산다. 나는 부산에 혼자 산다. 부모님은 대구에 계신다.
"형, 작년 추석 때 찍은 가족사진 있지?"
"응, 왜?"
"혹시 그 사진 가지고 있어?"
"아니, 나 따로 안 받았는데. 엄마가 인화해서 액자에 넣어 준 거 너한테 줬잖아."
"그거 말고 원본 파일."
"글쎄, 내 폰엔 없는데. 사진사가 찍은 거 아니었어? 그 사람한테 물어봐."
나는 사진관 이름을 기억하려 애썼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영수증도 어머니가 가지고 계실 거다.
"형, 그 사진에서 형 표정 어땠어?"
"표정? 그냥 웃었지. 왜?"
"장난스럽게 웃었어?"
"그랬던 것 같은데.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형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사진 속 형 표정이 변했어'라고 말하면 형은 뭐라고 할까. 피곤하다고, 병원 가보라고 할 것이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전화를 끊었다.
5
나흘째, 어머니의 표정이 완전히 사라졌다. 무표정을 넘어서, 뭔가 굳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입술은 꽉 다물어져 있었고, 눈은 정면을 향하고 있었다. 웃음기라곤 전혀 없었다.
나는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엄마, 작년에 찍은 가족사진 있잖아."
"응, 왜?"
"그거 혹시 다른 사진도 있어? 여러 장 찍었을 텐데."
"사진사가 몇 장 찍긴 했는데, 제일 잘 나온 거 하나만 골라서 인화했어. 왜 그래?"
"그 사진 파일 어디 있어?"
"USB에 담아뒀을 텐데. 찾아볼까?"
"응, 부탁해."
나는 초조하게 기다렸다. 어머니는 한참 뒤에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USB를 못 찾겠네. 어디 뒀더라."
"꼭 찾아줘, 엄마."
"알았어. 그런데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궁금해서."
나는 또 거짓말을 했다.
6
닷새째, 아버지의 눈이 나를 향했다. 정확히는, 사진을 보는 사람을 향하게 됐다. 원래 아버지는 카메라 렌즈를 보고 계셨다. 당연하다. 사진을 찍을 때 렌즈를 보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지금 아버지의 시선은 렌즈가 아니라, 사진 밖을 향하고 있었다.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사진 앞에서 좌우로 움직여봤다. 착시인지 확인하려고. 하지만 어느 각도에서 봐도 아버지의 시선은 나를 따라왔다. 정확히 내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액자를 떼어내 거실 바닥에 내려놨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 멍하니 사진을 바라봤다. 아버지는 여전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게 뭐야."
내 목소리가 떨렸다.
7
나는 인터넷을 뒤졌다. '사진 표정 변화', '액자 사진 이상 현상', '가족사진 저주' 같은 키워드로 검색했다. 별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괴담 몇 개, 도시전설 몇 개. 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이었다.
나는 사진을 다시 벽에 걸었다. 그냥 두고 보기로 했다. 어쩌면 내가 미친 건지도 모른다. 스트레스 때문에 환각을 보는 건지도 모른다. 회사 일이 많았다. 최근 프로젝트 마감 때문에 거의 매일 야근을 했다. 잠도 제대로 못 잤다.
"그래, 피곤해서 그런 거야."
나는 스스로를 납득시키려 했다.
8
엿새째, 형의 시선도 바뀌었다. 형도 이제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눈동자만 또렷하게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액자를 들고 베란다로 나갔다.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봤다. 아파트 12층이다. 떨어뜨리면 산산조각 날 것이다. 손을 뻗었다. 액자를 창밖으로 내밀었다.
하지만 던질 수 없었다. 이건 가족사진이다. 작년 추석에 찍은, 우리 가족의 유일한 단체사진이다. 이걸 버리면 안 된다.
나는 액자를 도로 거실로 가져왔다. 벽에 걸지 않고 장롱 안에 넣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 문을 닫고 잠갔다.
9
일주일째, 나는 장롱을 열었다.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액자를 꺼내 들었다.
어머니의 시선도 바뀌어 있었다. 이제 네 명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버지, 어머니, 형. 모두 무표정한 얼굴로, 눈만 또렷하게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나였다. 사진 속 나만 여전히 웃고 있었다.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었다. 다른 세 명은 모두 변했는데, 나만 그대로였다.
나는 액자를 바닥에 내려놓고 한참 들여다봤다. 사진 속 나는 행복해 보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나머지 세 명은 달랐다. 그들은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다시 액자를 장롱 안에 넣고 문을 닫았다.
10
나는 부모님 댁으로 향했다. 부산에서 대구까지 KTX로 한 시간 반. 도착해서 집 앞에 섰을 때, 손이 떨렸다. 초인종을 눌렀다.
어머니가 문을 열어주셨다.
"어머, 왜 갑자기?"
"그냥 보고 싶어서요."
나는 거실로 들어갔다. 벽을 둘러봤다. 가족사진이 걸려 있을까 싶었지만 없었다. 어머니가 내게 준 액자가 유일한 거였나.
"엄마, USB 찾았어?"
"아직 못 찾았어. 미안하다."
나는 실망했다. 원본 사진을 확인하고 싶었다. 내 기억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아빠는?"
"마트 갔어. 곧 올 거야."
나는 소파에 앉았다. 어머니는 부엌에서 차를 끓이셨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사진첩을 다시 뒤졌다. 작년 추석 사진을 찾으려 했지만 여전히 없었다.
"엄마, 작년 추석 때 사진 몇 장이나 찍었어?"
"한 대여섯 장? 사진사가 여러 포즈로 찍었어."
"다 어디 갔어?"
"USB에 다 담았을 텐데. 왜 자꾸 그 사진 얘기를 해?"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11
집으로 돌아왔다. 밤 11시쯤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거실 벽을 봤다. 액자가 없었다. 당연하다. 장롱 안에 넣어뒀으니까.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벽에 액자가 걸려 있던 자리에 흔적이 남아 있었다. 네모난 그림자. 먼지 때문에 생긴 자국이었다. 액자를 오래 걸어둬서, 그 부분만 벽지 색이 달랐다.
나는 장롱을 열었다. 액자를 꺼냈다. 그리고 다시 벽에 걸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사진을 봤다. 네 명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만 웃고 있었다.
12
다음 날, 출근하지 않았다. 회사에 전화해서 아프다고 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정말 아팠다. 머리가 지끈거렸고, 속이 메스꺼웠다.
나는 하루 종일 소파에 앉아 사진을 봤다. 액자는 벽에 걸려 있었고, 나는 소파에서 그걸 바라봤다. 몇 시간이고.
사진 속 세 명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표정은 없었지만, 눈빛은 강렬했다.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 같았다. 무언가를 경고하려는 것 같았다.
"뭘 말하려는 거야."
나는 중얼거렸다. 대답은 없었다.
13
밤이 됐다. 나는 여전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 불을 켜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사진을 봤다. 거실 창문으로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이 액자를 희미하게 비췄다.
사진 속 세 명의 눈이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착시일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보였다. 어둠 속에서 그들의 눈동자만 또렷하게 빛났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액자에 다가갔다. 유리에 내 얼굴이 비쳤다. 나는 피곤해 보였다. 눈 밑에 다크서클이 깊게 패여 있었다.
사진 속 나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환하게.
14
나는 깨달았다. 이건 경고다. 사진 속 세 명이 나에게 보내는 경고다. 그들은 무언가를 알고 있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나는 핸드폰을 꺼내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먼저 형에게.
"형, 괜찮아?"
"응, 왜?"
"그냥. 요즘 이상한 일 없어?"
"없는데. 너는?"
"나도."
나는 거짓말을 했다. 형은 괜찮았다. 형은 정상이었다.
다음은 어머니께.
"엄마, 건강하시지?"
"그럼, 왜?"
"그냥 궁금해서."
"너 목소리가 이상하다. 무슨 일 있니?"
"아니에요."
나는 전화를 끊었다. 어머니도 괜찮으셨다.
아버지께도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는 전화를 안 받으셨다. 원래 아버지는 핸드폰을 잘 안 보신다. 나는 다시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엄마, 아빠 괜찮으시지?"
"그럼, 옆에서 TV 보고 계셔."
"다행이다."
나는 안도했다. 가족들은 모두 괜찮았다. 그럼 뭐가 문제일까.
15
나는 거울을 봤다. 화장실 거울 앞에 섰다. 내 얼굴을 들여다봤다. 평범했다. 피곤해 보이긴 했지만, 평범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내 표정이 사진 속 표정과 똑같았다. 나는 웃고 있지 않았는데, 거울 속 나는 미소 짓고 있었다. 아주 약하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나는 손으로 내 입을 만졌다. 입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거울 속 나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이게 뭐야."
나는 거울을 주먹으로 쳤다. 금이 갔다. 거울이 깨졌다. 파편이 바닥에 떨어졌다. 손에서 피가 났다.
나는 거실로 돌아왔다. 액자를 봤다. 사진 속 나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16
이틀 뒤, 나는 다시 사진을 확인했다. 변화가 있었다. 사진 속 나의 표정이 바뀌었다. 이제 나도 무표정이었다. 웃음이 사라졌다. 입은 일직선이었고, 눈은 정면을 향하고 있었다.
네 명 모두 똑같은 표정이었다. 무표정. 정면 응시.
나는 안도했다. 이제 나도 그들과 같아졌다. 이제 나도 알게 됐다. 그들이 아는 걸 나도 알게 됐다.
무엇을 알게 됐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알게 됐다.
17
나는 출근했다. 회사에 갔다. 동료들이 나를 봤다. 이상하다는 표정이었다.
"괜찮아?"
누군가 물었다.
"괜찮아."
나는 대답했다. 목소리가 평평했다.
"얼굴이 안 좋아 보이는데."
"괜찮아."
나는 자리에 앉았다. 컴퓨터를 켰다. 업무를 시작했다. 모든 게 평범했다. 아무 문제 없었다.
점심시간에 누군가 말을 걸었다.
"요즘 표정이 없네."
"그래?"
"응. 무슨 일 있어?"
"없어."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
18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사진을 봤다. 네 명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그들을 봤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했다.
나는 소파에 앉았다. 저녁을 먹지 않았다. 배고프지 않았다. TV를 켜지 않았다. 볼 게 없었다.
그냥 앉아 있었다. 사진을 보면서.
시간이 흘렀다. 밤이 됐다. 나는 잠자리에 들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봤다.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느껴졌다.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걸. 네 명이. 거실에서.
나는 눈을 감았다.
19
다음 날 아침, 나는 거울을 보지 않았다. 세수를 하면서도 고개를 숙였다. 거울을 피했다.
출근길에 지하철을 탔다. 사람들이 많았다. 모두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나도 핸드폰을 꺼냈다. 사진첩을 열었다. 작년 추석 사진을 찾았다. 여전히 없었다.
대신 다른 사진이 있었다. 어제 찍은 사진이 아닌데, 오늘 아침에 생긴 사진. 나를 찍은 사진. 누가 찍었을까.
사진 속 나는 무표정이었다.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사진을 삭제했다. 하지만 다시 생겼다. 똑같은 사진이.
나는 핸드폰을 껐다.
20
회사에서 누군가 내게 말했다.
"너 요즘 이상해."
"뭐가?"
"표정도 없고, 말도 없고."
"원래 그래."
"아니야. 원래 안 그랬어."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할 말이 없었다.
동료는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나는 업무를 계속했다.
21
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매일 사진을 봤다. 네 명은 여전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봤다.
우리는 대화하지 않았다. 말이 필요 없었다. 눈빛만으로 충분했다.
나는 점점 그들과 비슷해졌다. 표정이 사라졌다. 감정이 사라졌다. 목소리가 평평해졌다.
사람들이 나를 피하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지하철에서, 편의점에서. 사람들은 내 옆을 지나갈 때 고개를 돌렸다.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22
어느 날, 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 요즘 이상하다던데."
"누가 그래?"
"엄마가. 엄마가 네 목소리 듣고 걱정하시던데."
"괜찮아."
"진짜 괜찮아?"
"응."
형은 한숨을 쉬었다.
"병원 가봐. 스트레스 받는 거 아니야?"
"아니야."
"그래도 가봐. 제발."
나는 전화를 끊었다.
23
나는 병원에 가지 않았다. 대신 집에 있었다. 회사에 사직서를 냈다. 이유는 쓰지 않았다. 그냥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회사는 받아들였다.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나는 집에서 사진을 봤다. 하루 종일. 네 명이 나를 쳐다봤다. 나는 그들을 봤다.
우리는 하나가 됐다.
24
어머니가 찾아오셨다. 초인종을 눌렀다. 나는 문을 열어드렸다.
"어머."
어머니가 놀라셨다. 내 얼굴을 보고.
"너 왜 이렇게 됐니?"
"뭐가요?"
"얼굴이… 표정이 없어. 아프니?"
"아니에요."
어머니는 거실로 들어오셨다. 벽에 걸린 사진을 보셨다.
"이 사진…"
어머니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 사진이 왜 이래?"
"뭐가요?"
"우리 표정이… 이렇게 찍지 않았는데."
어머니는 액자를 벽에서 떼어냈다. 유리를 닦으셨다. 하지만 변하지 않았다.
"이상해. 분명 웃으면서 찍었는데."
어머니는 나를 봤다. 그리고 사진을 봤다. 그리고 다시 나를 봤다.
"너… 사진이랑 똑같아."
어머니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25
어머니는 액자를 가져가셨다. 확인해보겠다고 하셨다. 원본 파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