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의 형상
나는 매일 밤 천장을 본다.
불면증 때문이다. 정확히는 3년 전부터였다. 회사에서 팀장 승진 누락 통보를 받은 그날 밤부터, 잠이 오지 않았다. 처음엔 일시적인 스트레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됐다. 침대에 누우면 심장이 빨리 뛰고,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그래서 나는 천장을 센다. 천장의 텍스처 패턴을 하나하나 세다 보면, 가끔 잠이 들었다.
얼룩을 처음 발견한 건 한 달 전이었다.
침대 머리맡 쪽, 천장 모서리에 작은 갈색 얼룩이 생겨 있었다. 손바닥만 한 크기. 누수인가 싶었지만, 위층은 옥상이었다. 빗물이 샐 리 없었다. 그냥 오래된 페인트가 변색된 거라고 생각했다.
이틀 후, 얼룩이 조금 커져 있었다.
확실했다. 처음엔 손바닥만 했는데, 이제는 A4 용지 정도 크기였다. 색도 진해졌다. 갈색이 아니라 거무스름한 회색에 가까웠다.
나는 관리사무소에 전화했다.
"천장에 얼룩이 생겼는데요. 누수 점검 좀 부탁드립니다."
"네, 확인해보겠습니다."
다음 날 오후, 관리인 아저씨가 왔다. 그는 천장을 잠깐 올려다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누수 흔적은 없는데요. 그냥 습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환기 자주 시키세요."
"그런데 계속 커지는 것 같아서요."
"아, 이 정도면 괜찮습니다. 오래된 건물이라 이런 거 흔해요."
그는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나갔다.
하지만 얼룩은 멈추지 않았다.
매일 밤, 천장을 보면 얼룩이 조금씩 번져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침대 중앙 쪽으로, 내 머리 위쪽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일주일 후, 얼룩은 침대 정중앙 위까지 왔다.
그리고 형태가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엔 불규칙한 얼룩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뭔가 윤곽이 보였다. 둥근 부분이 있고, 그 아래로 길쭉한 부분이 있었다. 마치... 머리와 몸통 같았다.
나는 다시 관리사무소에 전화했다.
"저번에 점검하셨는데, 얼룩이 계속 커져요. 다시 한번 확인해주실 수 있나요?"
"아, 네... 그런데 저번에 이상 없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래도 너무 신경 쓰여서요."
"알겠습니다. 시간 되실 때 다시 가보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나는 회사에서도 집중이 안 됐다. 천장 얼룩 생각만 났다. 밤에 잠들기 전 보는 그 형상. 점점 또렷해지는 윤곽.
동료 김 대리가 물었다.
"요즘 안색이 안 좋으신데, 괜찮으세요?"
"아, 네. 그냥 잠을 잘 못 자서요."
"불면증이세요? 저도 예전에 심했는데, 병원 가보시는 게..."
"괜찮습니다."
나는 대화를 끊었다. 김 대리는 작년에 내 자리를 대신해 팀장이 된 사람이었다. 그와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불편했다.
2주가 지났다.
얼룩은 이제 완전히 사람 형태였다.
머리, 몸통, 팔, 다리. 모든 게 명확했다. 마치 누군가 천장에 누워 있는 것처럼. 내 침대 바로 위에. 내가 누운 위치와 정확히 겹치게.
나는 침대 위치를 옮겨보려 했다. 하지만 방이 좁아서 다른 곳에 놓을 공간이 없었다. 거실에서 자볼까도 생각했지만, 소파는 너무 불편했다.
결국 나는 매일 밤 그 형상 아래에서 잤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 시작됐다.
밤마다 무언가 내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천장에서. 무게감이 느껴졌다. 가슴이 답답했다. 숨쉬기가 힘들었다.
어느 날 밤, 나는 눈을 떴다.
천장을 봤다.
얼룩 속에서 뭔가 움직였다.
미세하게. 아주 천천히. 마치 숨을 쉬듯이. 얼룩이 부풀었다가 가라앉았다.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전등을 켰다. 천장을 다시 봤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얼룩이었다. 사람 형태의 얼룩.
착각이었을까.
나는 그날 밤 거실에서 잤다. 소파에서. 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계속 방 쪽이 신경 쓰였다.
다음 날, 나는 페인트를 샀다.
천장을 다시 칠하기로 했다. 얼룩을 덮어버리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흰색 페인트를 사서 천장을 칠했다. 얼룩 위에 두껍게, 세 번 덧칠했다. 완전히 가려졌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날 밤, 나는 오랜만에 편하게 잠들었다.
하지만 사흘 후, 얼룩이 다시 나타났다.
페인트를 뚫고. 처음보다 더 진하게. 더 선명하게.
이번엔 세부까지 보였다. 손가락, 발가락, 얼굴 윤곽까지.
나는 미칠 것 같았다.
회사에 병가를 냈다. 집에서 천장만 봤다. 하루 종일. 얼룩이 변하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얼룩은 낮에는 변하지 않았다. 밤에만 변했다. 내가 침대에 누워 있을 때만.
나는 실험을 했다.
밤에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잠들지 않았다. 눈을 뜨고 천장을 계속 봤다.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새벽 3시쯤, 뭔가 변했다.
얼룩이 움직였다.
이번엔 착각이 아니었다. 분명히 움직였다. 팔 부분이 천천히 들어 올려지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누군가 천장 너머에서 팔을 움직이는 것처럼.
나는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얼룩 속 얼굴 부분이 변했다. 눈 위치에 두 개의 구멍이 생겼다. 아니, 구멍이 아니라... 뚫린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구멍 너머에서 뭔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 방문을 박차고 나갔다. 현관문을 열고 복도로 뛰어나갔다.
새벽 3시의 아파트 복도는 고요했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벽에 기댔다. 진정하려 했다. 이건 환각이다. 스트레스 때문이다. 불면증 때문이다.
10분쯤 지나서 다시 집에 들어갔다.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천장을 봤다.
얼룩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얼굴의 눈 부분, 그 두 구멍은 여전히 열려 있었다.
나는 그날 밤 집을 나왔다. 찜질방에서 잤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회사 근처 모텔에서 지냈다.
일주일 후, 나는 이사를 결정했다.
집에 들어가 짐을 쌌다. 천장은 보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자꾸 시선이 갔다.
얼룩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이상한 건, 이제 얼룩 속 형상이 옆을 향하고 있었다. 처음엔 정면을 향해 누워 있었는데, 이제는 옆으로 누운 자세였다. 마치 내가 없는 동안 자세를 바꾼 것처럼.
나는 서둘러 짐을 쌌다. 최소한의 짐만 챙겨서 나왔다.
새 원룸을 구했다. 역 근처의 작은 방이었다. 천장이 깨끗했다. 아무 얼룩도 없었다.
나는 안도했다.
한 달이 지났다.
새 집에서의 생활은 평온했다. 불면증도 조금 나아졌다. 회사 일도 다시 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저녁, 나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봤다.
습관적으로.
그리고 발견했다.
천장 모서리, 침대 머리맡 쪽에 작은 얼룩이 있었다.
손바닥만 한 크기.
갈색.
나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아니다. 착각이다. 그냥 원래 있던 얼룩이다.
나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다음 날, 얼룩은 조금 더 커져 있었다.
A4 용지만큼.
나는 집주인에게 전화했다.
"천장에 얼룩이 있는데, 누수 아닌가요?"
"아, 그 집은 신축인데 누수가 있을 리 없어요. 그냥 습기 때문일 겁니다."
"확인 좀 해주실 수 있나요?"
"바쁜데... 나중에 시간 나면 가보겠습니다."
전화가 끊어졌다.
나는 천장을 봤다.
얼룩은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침대 중앙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일주일 후, 얼룩은 다시 사람 형태가 됐다.
이번엔 더 빨랐다.
머리, 몸통, 팔, 다리. 그리고 얼굴의 눈 부분엔 처음부터 구멍이 뚫려 있었다.
나는 이사를 또 갔다.
다른 동네로. 더 비싼 오피스텔로.
하지만 두 달 후,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
천장 모서리의 작은 얼룩. 점점 커지는 형상.
나는 깨달았다.
이건 집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회사에 사직서를 냈다. 김 대리가 물었다.
"갑자기 왜요? 무슨 일 있으세요?"
"그냥... 쉬고 싶어서요."
"요즘 많이 힘들어 보이셨는데, 휴가 쓰고 생각해보시는 게..."
"괜찮습니다."
나는 대답을 끊었다.
사직서가 수리됐다. 나는 집에만 있었다. 천장을 봤다. 하루 종일.
얼룩은 이제 완벽했다.
모든 세부가 선명했다. 손톱, 머리카락, 심지어 얼굴 표정까지 보였다.
그리고 그 얼굴은 나를 닮아 있었다.
정확히 나였다.
천장에 누워 있는 사람은 나였다.
나는 이해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 같다. 얼룩은 내가 만든 게 아니었다. 나를 만들고 있었던 거다.
어제 밤, 나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봤다.
천장의 내가 눈을 떴다.
나를 내려다봤다.
입을 움직였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입 모양으로 알 수 있었다.
"곧 내려갈게."
나는 지금도 침대에 누워 있다.
천장을 본다.
천장의 내가 조금씩 아래로 내려오고 있다.
페인트를 뚫고.
천장을 뚫고.
매일 밤 조금씩.
어제는 10센티미터쯤 내려왔다.
오늘은 15센티미터쯤 내려온 것 같다.
머지않아 침대까지 닿을 것이다.
나는 도망갈 수 없다는 걸 안다.
이사를 가도, 회사를 그만둬도, 어디로 가도 천장은 따라온다.
천장의 나는 계속 내려온다.
그리고 언젠가 나와 완전히 겹칠 것이다.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오늘 밤도 나는 천장을 볼 것이다.
그리고 천장의 나는 조금 더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매일 밤, 조금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