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걸이
옷장 문을 닫았는데 안에서 옷걸이들이 하나씩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렸다.
딸각. 딸각. 딸각.
나는 문 앞에 서서 귀를 기울였다. 정확히 3초 간격이었다. 시계추처럼 정확한 리듬으로 플라스틱 옷걸이가 바닥에 닿는 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이사 온 지 일주일째 되는 날이었다. 원룸이지만 옷장이 붙박이로 설치되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전 세입자가 급하게 나가는 바람에 보증금도 저렴했다. 부동산 중개인은 "전혀 문제없는 집"이라고 했다.
나는 문을 다시 열었다. 옷걸이들은 제자리에 가지런히 걸려 있었다. 바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옷장 안을 살펴봤다. 특별한 건 없었다. 그냥 평범한 붙박이장이었다.
문을 닫자 다시 시작됐다.
딸각. 딸각. 딸각.
이번에는 세어봤다. 정확히 3초. 오차가 없었다. 기계처럼 정확했다.
"뭐지."
나는 문을 열고 닫기를 반복했다. 문을 열면 멈추고, 닫으면 시작됐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그날 밤, 나는 옷장 문을 열어둔 채로 잤다.
다음 날 아침, 출근 준비를 하다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곧바로 그 소리가 시작됐다. 나는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옷장 구조가 이상해서 그런 거겠지. 문을 닫으면 내부 압력이 변해서 옷걸이가 떨어지는 걸 수도 있다.
합리적인 설명이었다.
회사에서 돌아왔을 때, 옷장 문은 닫혀 있었다. 분명 열어두고 나갔는데.
"혹시 바람에..."
창문은 잠겨 있었다.
나는 옷장 문 앞에 섰다.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손잡이를 잡고 열었다. 옷들은 제자리에 있었다. 바닥에도 아무것도 없었다.
문을 닫았다.
딸각.
1초.
딸각.
2초.
딸각.
3초.
나는 다시 문을 열었다. 옷걸이를 하나씩 확인했다. 흔들어봤다. 바닥에 떨어뜨려봤다. 똑같은 소리였다. 플라스틱이 바닥에 부딪히는 평범한 소리.
그날 밤, 나는 옷장 속 옷걸이를 모두 꺼냈다. 옷들은 침대 위에 쌓아두고, 빈 옷장을 확인했다. 벽에 이상한 틈은 없었다. 숨겨진 공간도 없었다. 그냥 평범한 붙박이장이었다.
문을 닫았다.
딸각. 딸각. 딸각.
옷걸이가 하나도 없는데도 소리는 계속됐다.
나는 관리사무소에 전화했다.
"옷장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요."
"어떤 소리인데요?"
"옷걸이 떨어지는 소리요. 근데 옷걸이가 없는데도 들려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혹시 402호세요?"
"네."
"아, 네. 기사님 보내드릴게요."
목소리가 이상했다.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기사는 오후에 왔다. 중년 남자였다. 옷장을 열어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했다.
"특별한 건 없는데요."
"문을 닫으면 소리가 나요."
"한번 들어볼게요."
그는 문을 닫았다. 우리는 함께 귀를 기울였다.
딸각. 딸각. 딸각.
"...이거 구조적인 문제는 아닌데요."
"그럼 뭐예요?"
"잘 모르겠습니다. 소리는 나는데... 원인을 모르겠어요."
그는 곧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혼자 남았다.
그날 밤부터 나는 옷장 문을 테이프로 고정시켰다. 완전히 닫히지 않게. 딱 1센티미터 정도만 틈을 남겨두었다.
소리는 멈췄다.
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적응했다. 옷장은 항상 살짝 열어둔 채로 생활했다. 불편하지만 참을 만했다.
어느 날 밤, 나는 잠에서 깼다.
딸각. 딸각. 딸각.
옷장에서 소리가 났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옷장을 봤다. 문이 완전히 닫혀 있었다. 테이프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누가 닫은 걸까.
나는 혼자 사는데.
손잡이를 잡았다. 열기가 무서웠다. 하지만 열어야 했다. 문을 당겼다.
옷장 안은 비어 있었다. 옷걸이도 없었다. 나는 안도하며 문을 다시 고정시켰다.
다음 날 아침, 옷장 문은 또 닫혀 있었다.
나는 이번에는 자물쇠를 샀다. 옷장 손잡이에 채웠다. 문이 닫히지 않게. 이제 됐다. 이렇게 하면 괜찮을 거다.
사흘 후, 나는 새벽 3시에 깼다.
딸각. 딸각. 딸각.
자물쇠는 여전히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소리는 들렸다. 옷장 안에서.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귀를 막았다. 하지만 소리는 계속됐다. 3초 간격으로. 정확하게.
아침이 됐을 때, 나는 결심했다. 이사를 가야겠다고.
부동산에 전화했다.
"402호 세입자인데요. 계약 해지하고 싶어요."
"...아, 네. 위약금은..."
"상관없어요. 빨리 나가고 싶어요."
"알겠습니다."
목소리가 또 그랬다. 뭔가 알고 있는 것처럼.
짐을 싸는 동안 나는 옷장을 쳐다보지 않았다. 자물쇠는 그대로 두었다. 누가 풀든 말든.
이사 가는 날 아침, 나는 마지막으로 방을 둘러봤다. 옷장 문은 열려 있었다. 자물쇠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문이 저절로 열린 건 처음이었다.
나는 다가가서 안을 들여다봤다. 여전히 비어 있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옷장 안쪽 벽에 무언가 적혀 있었다.
작은 글씨들이었다. 손톱으로 긁어 쓴 것 같았다.
"3초"
"3초"
"3초"
수십 개, 아니 수백 개의 "3초"가 벽 전체에 빼곡히 새겨져 있었다.
나는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손이 떨려서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관리사무소였다.
"네."
"세입자님, 혹시... 옷장 안쪽 보셨어요?"
"...네."
"전 세입자분도 같은 걸 보셨어요. 그분도 3초 간격 소리 때문에..."
"그분은 어떻게 됐어요?"
침묵.
"...이사 가셨어요. 그런데."
"그런데요?"
"새 집에서도 똑같은 일이 있었대요. 옷장에서."
나는 전화를 끊었다.
새 집은 조용했다. 옷장도 없었다. 옷은 행거에 걸어두기로 했다. 다시는 붙박이장이 있는 집에는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한 달이 지났다. 모든 게 평화로웠다.
어느 날 저녁, 나는 현관문을 닫았다.
딸각.
어디선가 들렸다.
1초.
딸각.
2초.
딸각.
3초.
나는 방 안을 둘러봤다.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없었다.
현관 신발장을 열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닫았다.
딸각. 딸각. 딸각.
나는 주방 수납장을 열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닫았다.
딸각. 딸각. 딸각.
침대 밑을 확인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소리는 계속됐다. 3초 간격으로. 정확하게.
나는 모든 문을 열어두고 살기 시작했다. 현관문만 빼고. 하지만 밤마다 소리는 들렸다. 어디선가.
어제 나는 회사 사물함을 열었다. 안에 쪽지가 하나 들어 있었다.
"3초"
내 글씨체였다.
나는 쪽지를 쓴 기억이 없다.
오늘 아침, 거울을 보다가 발견했다. 내 손톱 밑에 하얀 가루가 끼어 있었다. 벽을 긁은 것처럼.
그리고 지금, 나는 책상 서랍을 닫았다.
딸각.
소리가 들린다.
3초 후에 또 들릴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에도.
나는 모른다. 이게 언제부터 시작된 건지. 혹시 내가 처음부터 소리를 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손톱을 본다. 또 하얗다.
어디를 긁은 걸까.
딸각.
또 들린다.
어디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