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rror
2026년 2월 11일 · 12 min read

계단

계단

계단

나는 매일 아침 7시 30분에 집을 나선다. 12층에서 1층까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한다. 운동 삼아 시작한 습관이 벌써 2년째다.

그날도 평소처럼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탁.

내 발소리가 콘크리트 계단에 부딪혀 울렸다.

탁.

그런데 이상했다. 발소리가 두 번 들렸다. 첫 번째는 내 발에서, 두 번째는 조금 늦게, 위쪽에서.

나는 멈춰 서서 뒤를 돌아봤다. 아무도 없었다.

메아리겠지. 계단실은 좁고 높으니까.

다시 내려갔다.

탁. 탁.

또 두 번이었다. 두 번째 소리는 확실히 한 계단 위에서 났다.

나는 속도를 높였다. 발소리도 빨라졌다.

탁탁탁. 탁탁탁.

정확히 일치하는 리듬. 하지만 두 번째 소리는 언제나 한 계단 위에서 따라왔다.

9층 계단참에서 나는 다시 멈췄다.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고요했다.

천천히 한 발을 내디뎠다.

탁.

…탁.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나는 분명 멈춰 있는데, 위에서 또 한 번의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뛰기 시작했다. 계단을 두 칸씩 뛰어내려갔다. 발소리가 미친 듯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 위로, 정확히 한 계단 위에서, 똑같은 리듬의 발소리가 쫓아왔다.

1층 출구에 도착했을 때 나는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뒤를 돌아봤다. 계단실은 텅 비어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시작했다.


한 달쯤 지났을까. 어느 날 엘리베이터가 고장났다.

"죄송합니다. 오늘 중으로 수리 완료 예정입니다."

아파트 관리실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할 수 없이 계단을 이용했다. 괜찮을 거야. 그냥 메아리였을 뿐이야.

7층쯤 내려왔을 때였다.

탁. 탁.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두 번째 소리. 한 계단 위에서.

나는 계단을 내려가는 걸 멈추고, 대신 올라가기 시작했다. 만약 메아리라면, 소리가 사라지거나 패턴이 바뀔 것이다.

탁. 탁.

위로 올라가는데도, 두 번째 소리는 여전히 위에서 들렸다.

불가능했다. 내가 올라가면 그 소리도 나보다 위에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나는 다시 방향을 바꿔 내려갔다. 소리는 그대로 따라왔다. 한 계단 위에서.

5층 계단참에 도착했을 때, 나는 계단 난간을 붙잡고 위를 올려다봤다.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때, 6층 계단참의 그림자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누군가의 형체. 내 키, 내 체격과 똑같은.

나는 비명을 지르며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1층 현관문을 박차고 나와 한참을 달렸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대로변까지.

그날 나는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 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 날, 관리실에 민원을 넣었다.

"계단실에 누가 있는 것 같아요. CCTV 확인 좀 해주세요."

관리실 직원은 친절하게 웃으며 말했다.

"계단실엔 CCTV가 없습니다. 개인 사생활 보호 때문에요."

"그럼… 어제 계단 쪽에서 이상한 사람 목격한 주민 없었나요?"

"없었는데요. 혹시 무슨 일 있으셨어요?"

나는 설명을 포기했다. 말해봤자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 게 뻔했다.

그날부터 나는 계단을 완전히 피했다. 엘리베이터가 고장나면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 재택근무를 신청했고, 장도 새벽 배송으로 해결했다.

2주가 지났다. 나는 안전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밤, 잠에서 깼다.

탁.

누군가 걷는 소리였다. 복도에서.

탁.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숨을 죽였다.

탁. 탁. 탁.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내 방문 앞에서 멈췄다.

그리고 문이 천천히 열렸다.

불을 켜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문 앞에 서 있는 것의 윤곽이.

나와 똑같은 키. 똑같은 어깨선.

"…누구세요?"

내 목소리가 떨렸다.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한 발 내디뎠다.

탁.

그리고 한 박자 늦게, 내 침대 밑에서 똑같은 소리가 울렸다.

탁.

나는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현관문을 열고 복도로 뛰쳐나갔다.

계단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12층에서 1층까지, 미친 듯이 뛰어내려갔다.

탁탁탁탁탁—

내 발소리가 울렸다.

탁탁탁탁탁—

그리고 정확히 한 계단 위에서, 똑같은 소리가 따라왔다.

1층에 도착했을 때, 나는 현관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갔다. 경비실 아저씨가 놀라 나를 쳐다봤다.

"왜 그러세요?"

"계, 계단에… 누가…"

"계단에요?"

경비 아저씨가 계단실을 확인하러 갔다. 나는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

5분 뒤, 아저씨가 돌아왔다.

"아무도 없는데요. 혹시 악몽 꾸신 거 아니에요?"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날 이후, 나는 계단을 다시는 이용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매일 밤, 집 안에서 발소리가 들린다.

복도에서. 거실에서. 내 방 앞에서.

탁. 탁.

두 번씩.

그리고 어젯밤, 나는 깨달았다.

첫 번째 소리는 내가 뒤척일 때 나는 소리였다.

두 번째 소리는 침대 밑에서 났다.

나는 아직 침대 밑을 확인하지 못했다.

오늘도 발소리가 들린다.

탁.

탁.

이제 두 소리 사이의 간격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Sponsored
💬 Comments powered by Gisc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