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rror
2026년 2월 13일 · 15 min read

침대 밑

침대 밑

침대 밑

나는 매일 밤 침대 밑을 확인한다.

처음엔 그냥 습관이었다. 어릴 적부터 해오던, 잠들기 전의 작은 의식 같은 것.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어둠 속을 들여다본다. 아무것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이불을 덮고 눈을 감을 수 있었다.

그런데 2주 전부터 뭔가 이상했다.

침대 밑 공간이 깊어진 것 같았다.

처음엔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조명 각도가 달라졌거나, 피곤해서 눈이 침침한 탓이겠지. 하지만 매일 밤 같은 시간, 같은 자세로 확인할 때마다 그 느낌은 점점 확실해졌다. 침대와 바닥 사이의 거리가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일주일 전, 나는 자를 가져다 댔다.

침대 프레임 아래쪽부터 바닥까지. 25센티미터. 분명 이 침대를 샀을 때는 15센티미터였다. 가구점에서 "침대 밑 청소하기 편한 높이"라고 설명을 들었던 게 기억났다.

10센티미터가 늘어났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날 밤부터 나는 매일 측정했다. 26센티미터, 27센티미터, 28센티미터. 정확히 하루에 1센티미터씩 깊어지고 있었다. 침대 프레임은 그대로인데, 바닥만 멀어지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침대가 떠오르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같았다.

나는 집주인에게 전화했다.

"침대 밑이요? 뭐가 문제인데요?"

"공간이 깊어지고 있어요."

"...깊어진다고요?"

설명하려고 했지만 말이 되지 않았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집주인의 한숨 소리가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결국 나는 "아무것도 아니에요"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건물 관리사무소에도 연락해봤다. 층간소음 문제로 한 번 만난 적 있는 관리인 아저씨가 올라왔다.

"침대 밑이 깊어진다고요?"

"네, 매일 1센티미터씩요."

관리인은 내 침대 밑을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냥 일반 침대 같은데요. 바닥도 멀쩡하고. 혹시 요즘 스트레스 많이 받으세요?"

나는 다시 자를 꺼냈다. 31센티미터. 아침에 쟀을 때는 30센티미터였다.

"봐요, 30센티미터가 넘어요."

"침대가 원래 이 정도 높이 아닌가요?"

관리인은 더 이상 말을 듣지 않았다. 그는 "문제 있으면 다시 연락하세요"라는 말만 남기고 나갔다.

그날 밤, 나는 침대 밑에 손을 넣어봤다.

손바닥이 바닥에 닿았다. 하지만 손을 뻗는 느낌이 예전과 달랐다. 더 깊숙이 들어가야 했고, 팔이 침대 프레임 안쪽으로 더 많이 파고들어야 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출근하지 않았다.

침대 밑이 33센티미터가 되어 있었다. 나는 하루 종일 그 앞에 앉아 관찰했다. 육안으로는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한 시간마다 자로 재면 숫자는 조금씩 늘어났다. 0.04센티미터, 0.05센티미터.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받지 않았다.

저녁이 되자 34센티미터가 넘었다.

나는 침대를 옮겨보기로 했다. 벽에서 떨어뜨려 중앙으로 끌어냈다. 침대 밑을 완전히 드러내고 사방에서 확인할 수 있게.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침대 밑에 누워봤다.

등을 바닥에 대고 천장을 올려다봤다. 침대 프레임과 매트리스 사이로 보이는 어둠. 예전 같으면 답답했을 공간이 이제는 여유로웠다. 팔을 위로 뻗어 매트리스를 만졌다. 손끝이 닿았지만, 팔을 완전히 펼 수는 없었다.

36센티미터.

일주일이 더 지났다.

42센티미터. 이제 침대 밑에 앉을 수 있었다. 무릎을 구부리고 웅크리면 머리가 침대 프레임에 닿지 않았다.

나는 더 이상 침대 위에서 자지 않았다. 침대 밑이 더 안전하게 느껴졌다.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침대가 천장처럼 보였고, 그 아래 공간은 작은 방 같았다.

휴대폰 배터리가 다 닳았다. 충전하지 않았다. 전화도, 문자도 더 이상 확인하지 않았다.

50센티미터가 넘었을 때, 나는 침대 밑에서 똑바로 앉을 수 있었다.

60센티미터가 되었을 때, 무릎을 세우고 앉아도 머리가 닿지 않았다.

어느 날,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집주인이었다. 관리비를 내지 않았다는 얘기, 이웃에서 신고가 들어왔다는 얘기. 나는 침대 밑에서 가만히 듣고 있었다.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결국 사라졌다.

70센티미터.

이제 침대 밑에서 서 있을 수 있었다. 허리를 약간만 굽히면 됐다. 침대 위 세상은 천장 너머로 멀어졌다.

나는 침대 밑에 물건을 내렸다. 베개, 이불, 컵.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밑으로 옮겼다. 위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80센티미터.

침대 밑에서 완전히 서 있을 수 있었다. 천장, 아니 침대 매트리스가 머리 위 한참 위에 있었다. 나는 침대 밑을 따라 걸어다녔다. 침대 프레임이 벽처럼 느껴졌다.

90센티미터가 되었을 때, 나는 손을 위로 뻗어봤다.

손끝이 침대에 닿지 않았다.

점프를 해봤다. 손가락 끝이 겨우 스쳤다.

1미터.

이제 침대는 천장이 아니었다. 위층이었다. 나는 밑에 살고, 침대는 위에 있었다.

나는 침대 밑 바닥에 누워 위를 올려다봤다. 침대 프레임 사이로 보이는 어둠. 그 너머 어딘가에 내 방이 있었다. 창문, 책상, 옷장. 하지만 그곳은 이미 다른 세계 같았다.

1미터 20센티미터.

어느 날, 나는 침대 프레임을 타고 올라가 보려고 했다. 손을 뻗었지만 프레임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점프를 해도 손끝이 닿지 않았다.

나는 침대 밑에 갇혔다.

아니, 침대 밑이 나를 삼켰다.

1미터 50센티미터.

나는 더 이상 측정하지 않았다. 자를 잃어버렸다. 아니, 어쩌면 위에 두고 내려왔는지도 모른다. 상관없었다. 숫자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공간이 계속 깊어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나는 여기 있다는 것.

지금도 나는 침대 밑에 있다. 손을 위로 뻗어도 아무것도 닿지 않는다. 어둠만 있고, 공간만 있다.

매일 밤, 아니 매일, 이곳은 조금씩 더 깊어진다.

나는 바닥에 귀를 대본다. 혹시 밑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아직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어제보다 바닥이 더 차갑게 느껴진다.

그리고 오늘도, 공간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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